본문 바로가기
문학을 위한 서랍/책은 도끼다

삼국지 경영학

by 새의날개 2019. 10. 6.

<조조>

 

"...현인은 우연히 만나는 게 아니다. 청렴하고 결백한 선비가 아니면 안 된다느니 하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간 언제 현인을 찾을 것인가. 지금 큰 재주를 지녔지만 한가하게 낚시나 하고 있는 강태공이나 형수와 관계를 가졌느니 뇌물을 받았느니 하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한고조의 일등 공신이 된 진평 같은 인재가 어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초야에 있는 사람을 찾아내라. 오직 능력만으로 천거하라. 나는 능력있는 사람을 중용할 것이다." 45p

 

  원소를 이기고 나서 조조의 큰 그릇이 그대로 드러난다. 조조가 원소의 사령부에 도달했을 때 급하게 쫓겨 가느라 중요 문서들이 그대로 널려 있었다. 그중엔 원소에게 온 비밀편지 뭉치도 있었다. 부하들이 그걸 조조에게 바치자 두말 않고 불 속에 던져 버린다. "이 편지들을 태우면 누가 원소에게 접근했는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철저히 조사하여 반역자들을 가려내야 합니다" 하고 참모들이 말렸더니 조조는 편지가 다 타도록 꺼내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는 "이제 원소가 망했으니 천하의 사람이 모두 내 사람인데 옛일을 따져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원소가 강성할 땐 나도 속으로 두려웠거늘 보통 사람이야 오죽했겠느냐"하고 손을 털었다 한다. 48p

 

<유비>

 

  조자룡 정도 되니까 그런 충언을 용감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충언이란 대개 입에 쓴 것이므로 윗사람이 좋아하지 않는다. 자리는 물론 잘못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한 가지 충언을 하려면 열 가지 공을 세운 다음에 하라는 말이 있다. 조자룡으로 말하자면 그동안의 공적이나 유비에 대한 충성심에서 아무도 시비를 걸 수가 없었다. 유비도 조자룡의 충언을 잠자코 들었지만 따를 마음은 없었다. 190p

 

"...악행은 아무리 작아도 저질러서는 안 되고 선행은 아무리 작아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사람을 움직이려면 현명하고 덕이 있어야 한다. 나는 덕이 부족했다. 본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한서, 예기, 제자백가, 신자, 상군서 같은 옛 글을 부지런히 익혀 본받도록 하라. 더욱 노력히 힘쓰길 간곡히 당부한다." 201p

 

<손권>

 

손권은 이러한 노숙의 구상이 다소 불만스러웠지만 양해했다. 현실적인 손권은 유비가 괘씸해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손권은 결코 감정 때문에 나라에 손해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 점은 손권이 오히려 유비보다 냉철했다. 유비는 정에 따라 많이 움직였다. 손권은 유비와 신경전을 많이 벌이고 전쟁도 하지만 항상 현실적 계산 위에서 행동했다. 조조와의 분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CEO로서 손권의 뛰어난 점이다. 246p

 

...위기일수록 조직 내의 의사소통이 잘 되고 컨센서스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후 많은 젊은 2세들이 기업과 더불어 쓰러졌는데 평소 임직원들의 마음 관리에 서툴렀던 것도 큰 원인이다. 오너 CEO가 임직원들을 머슴으로 생각하면 임직원들 스스로가 머슴으로 의식하고 행동하게 된다. 머슴들만으로는 결코 기업을 유지, 발전시킬 수가 없다. 이 머슴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땐 보복을 생각하게 된다. 251p

 

...여몽이 군무에 바빠 책 읽을 틈이 없다고 하자 손권은 "장군에게 학문을 익혀 박사나 학자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무장이라도 용감함만으론 위대한 장수가 될 수 없다. 학문을 알아야만 큰 싸움을 할 수 있고 사람을 거느릴 수 있다. 동서고금의 역사책이나 치국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장군이 바쁘다고 하지만 나만큼 바쁘겠는가. 나도 바쁜 틈을 내어 옛날의 좋은 책들을 읽으려고 애를 쓴다. 아무쪼록 학문에 힘써 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라"고 간곡히 당부한다. 크게 감격한 여몽은 그날부터 그야말로 주경야독 학문에 정진한다. 257p

 

..처음엔 달래다가 계속 뻗대자 서성이 "이건 사령관의 명령"이라고 했다. 그래도 고집을 부리자 서성은 "내가 너를 제어하지 못하면 다른 장군들을 어떻게 다스리겠느냐"며 군법으로 손소를 처형토록 명령을 내렸다. 주위 장군들이 놀라 급히 손권에게 달려갔다. 손권이 허둥지둥 달려와 서성에게 "손소가 혈기만 믿고 큰 잘못을 범했으나 나를 봐서 한번만 용서해 줄 수 없느냐"고 청했다. 서성은 전쟁터에서 군법이 허술하면 어떻게 싸우느냐면서 처영으로 시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권은 "장군의 말이 백 번 옳으나 손소는 돌아가신 손책 형님이 특히 아끼던 아이라 그를 죽게 하면 다음에 지하에서 형님을 뵐 면목이 없어서 그런다"고 사정한다. 이쯤 되자 서성도 "주군의 체면을 보아 형 집행을 미루겠습니다"하고 물러선다. 이렇듯 손권은 사령관의 면목을 살려 주면서 일을 처리해 나갔다. 그 뒤 서성은 높은 사기와 빈틈없는 전략으로 방위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손소도 적을 기습 공격하여 큰 공을 세웠다. 279p

 


 

세 군주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는 책이었다. 특히 손권의 면모가 빛난다. 노년에 실정을 많이 하긴 했지만 감정에 치우지지 않던 손권의 모습은 본받아야 마땅하다. 조조의 용인술 역시 빛난다. 나는 어떤 리더를 표방하는가.

'문학을 위한 서랍 > 책은 도끼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0) 2019.11.22
그리스인 조르바  (0) 2019.10.23
사피엔스  (0) 2019.08.21
코스모스  (0) 2019.07.07
책은 도끼다  (0) 2019.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