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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위한 서랍/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

by 새의날개 2018. 5. 22.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14p


 다독은 인간의 정신에서 탄력을 빼앗는 일종의 자해다. 압력이 너무 높아도 용수철은 탄력을 잃는다.


  완전 반대되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이 말의 뜻은 무엇일까요? 사람의 정신을 용수철이라고 비유한다면 책으로 자꾸 그것을 눌러 높은 압력을 가할 경우, 용수철이 힘을 못 쓰게 된다는 겁니다. 바깥의 권위에 짓눌리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갖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죠. 주체적인 사색 없이 모든 걸 책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17p


  그러나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나만의 고유한 사색에 의해 어떤 진리에 도달했다면, 비록 그 내용이 앞서 다른 책에 기재되었을지라도 타인의 사상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이라는 점이다.


  내가 깨달은 걸 이미 남이 먼저 알아냈다고 해서 허무해 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그 체험은 다른 사람의 체험과 바꿀 수 없는 겁니다. 이미 내 몸에 체화됐죠. 쇼펜하우어는 지식을 체화시키는 것에 대해 이런 비유를 들었어요.


  다시 말해 산의 정상일지라도 오르는 사람의 개성과 방법에 의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사색을 통해 기대하는 결과는 단순히 산 정상에 도달했다는 물리적 결과만이 아니라 정상에 도달하는 동안 겪었던 체험도 포함되어 있다.


  바로 이런 겁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을 누군가가 앞서 이미 했다, 그러니 내 생각은 소용이 없다가 아니라 내가 이런 문장을 내 삶에서 느끼고 살고 이써서 정말 다행이다가 되어야 해요. 이런 얘기를 귓받침하기 위해 쇼펜하우어가 괴테의 문장을 하나 소개하는데 그 문장도 참 좋습니다.


  그대의 조상이 남긴 유물을 그대 스스로의 힘으로 획득하라.


  지혜의 대부분은 조상들이 남긴 겁니다. 이미 선조들이 다 간파한 것이죠. 그런데 그걸 본인의 힘으로 획득하면 진짜 내 것이 돼요. 쇼펜하우어는 괴테의 이 말을 인용하면서 독서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먹은 음식이 소화되어 에너지를 만들어야만 인간이 살 수 있듯이 독서를 통해 내용을 기억해야만 정신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23-24p


  제가 가끔 '서점에 있는 그들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곤 합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강의를 하지요. "인생을 살면서 꼭 들어봄직한 이야기가 머릿속에 있는 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생각을 가장 명료하게 정리한 게 책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을 만나는 거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거다."

  책이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시선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는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어떤 책을 읽고 나면 그렇게 보게 되는 거죠. 그 시선의 변화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 변화가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이와 같은 시선을 확장시키는 의미의 책 읽기에 대한 이야기가 <독서에 관하여>에 계속해서 나옵니다. 33p


  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이름이다. 62p


...저는 이 글을 보고 세월호가 우리 모두 안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똑같아요. 배가 한 번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돈을 더 벌려면 평형수를 빼면 됩니다. 그 안에 사람을 더 태우면 되니까요. 지금 우리가 똑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펙 관리를 하기 위해서, 더 좋은 직장을 위해서 부모와의 대화, 친구들과의 좋은 시간, 타인에 대한 배려심, 이런 것들을 다 빼내고 있어요. 그리고 그 자리를 욕망으로 채우죠. 그 배는 겉으로만 보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그러나 그 배는 언제라도 가라앉을 수 있는 위험을 안고 가는 거죠.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은 이런 시대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책입니다. 87p


...톨스토이는 작품마다 자신이 살던 시대의 흐름, 당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등장인물들을 통해 투영해놨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스토리 중심으로 보기 보다는 문장을 구석구석 살피며 작가가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 하며 읽습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반과 알렉세이를 통해 종교관을 얘기하고, 드미트리를 통해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이렇듯 스토리보다 작가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이 뭔지를 잡아서 책을 읽는 겁니다. 102p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일상적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톨스토이,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104p


현재의 삶은 최고의 축복이다.

우리는 다른 때, 다른 곳에서

더 큰 축복을 얻게 되리라 기대하며

현재의 기쁨을 무시하고는 한다.

지금 이 순간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


  이십대는 사십대가 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라고 막연하게 기대하는 것 같아요. 또 결혼을 하면 진짜 행복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취업만 되면 더 이상 무서울 게 없다고 기대하죠. 그런 거 없습니다. 어디에나 일상이 있고요. 어디에나 그곳 나름대로의 힘든 면이 있습니다. 톨스토이의 이 문장처럼 현재의 삶이 축복인데 우리는 다른 곳, 다른 때에 축복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거기서 우린 행복할까요? 또 다른 곳을 꿈꾸지는 않을까요? 그러면 매번 애써 불행해지고 마는 겁니다. 110p


  인생을 공중에서 다섯 개의 공을 돌리는 저글링이라고 상상해봅시다. 각각의 공에 일, 가족, 건강, 친구, 그리고 영혼(나)라고 이름을 붙이고, 이것들을 모두 공중에서 돌리고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머지않아 당신은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이어서 바닥에 떨어뜨리더라도 이내 튀어오른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그러나 다른 네 개의 공들은 유리로 만들어진 공이라는 사실도 알게 될 겁니다. 만일 당신이 이중 하나라도 떨어뜨리게 되면 이 공들은 닳고, 상처입고, 긁히고, 꺠지도 흩어져버려서 다시는 이전처럼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이 사실을 깨닫고 당신의 인생에서 이 다섯 개의 공들이 균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우선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훼손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우리들은 저마다 모두 다르고도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목표를 다른 이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두지 말고, 스스로에게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두십시오.

  당신 마음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삶을 대하듯 그것들에 충실하십시오. 그것들이 없는 당신의 삶은 무의미합니다.

  과거나 미래에 집착해 당신의 나날의 삶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게끔 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삶이 단 하루뿐인 것처럼 인생의 모든 나날들을 살아가십시오.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남아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어떠한 것도 진정으로 끝났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이십시오. 우리를 구속하는 것이 바로 이 덧없는 두려움입니다.

  위험에 부딪히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십시오.

  찾을 수 없다는 말로 당신의 삶에서 사랑을 지우지 마십시오. 사랑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은 사랑을 주는 것이며, 사랑을 잃는 가장 빠른 길은 사랑을 꽉 쥐고 놓지 않는 것이며, 사랑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 사랑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입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삐 살진 마십시오. 사람이 가장 필요로 하는 감정은 다른 이들이 당신에게 고맙다고 여길 때의 감정입니다.

  시간과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둘 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그 길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음미하는 여행입니다.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선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를 '선물present'이라고 말합니다. - 2000년도 코카콜라의 전 CEO 더글라스 대프트의 신년사 중에서-


112-114p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우주달력'이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138억 년 우주의 역사에서 인간이 나타났을 때가 언제인가 하면 7만 년 전이랍니다. 138억 년을 1년으로 치면 인류의 출현은 12월 31일 밤 10시 30분의 일이라는 거죠. 인류 전체가 고작 남은 한 시간 반의 시간을 살고 있어요. 잠깐이죠. 지구가 그런 얘기 한다면서요. "옛날에 공룡이 반장일 때가 더 나았어." 인간들이 반장할 때보다 그때가 나았다는 거예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얘기들이 담긴 책이 중세 시대에 꽁꽁 숨겨져 있었습니다. 144p


...그래서 저는 이 책이 '시대를 훔친 미술'이 아니라 '시대를 담은 미술'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미술 작품을 보면 그 안에 당대의 시대정신이 담겨 있지 않습니까? 그런 시대정신이 없었다면 이런 작품이 나올 수가 없었고요. 이런 시대적인 문맥을 가지고 그림을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59p



  일반적인 여행서는 대상에 대한 객관을 담습니다. 기차표가 얼마이고, 맛집이 어디에 있고 하는 식의 객관적인 사실들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은 '대상에 대한 저자의 사색'이 주제가 됩니다. 이 사람 외에는 건져 올릴 수 없는 것들이죠. 오늘 소개해드릴 기행문들을 읽을 때에는 그것을 발견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182p



  지금 우리나라는 그런 것 같아요. 지나친 정신적 긴장을 통해서 영혼의 불구자로 만들거나 혹은 정신의 함양 없이 신체만 발달시키거나 둘 중 하나죠. 그러지 말아야 해요. 대학 교육은 둘 사이의 균형을 찾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어떻습니까?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교양수업을 다 없애버리잖아요. 역사, 철학, 음악 교육 같은 것들을 다 없애고 있습니다. 대학이 해야 할 일은 취업 공장으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격체를 길러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게 대학의 역할은 아니죠.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고,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균형 잡힌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199p


찬란한 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매 순간을 찬란하게 만든다. 211p



  새로운 걸 창조하고 싶어 하는 욕망은 어쩔 수 없는 예술의 속성이죠. 쿤데라는 이 새로움의 추구에 관한 역사는 인류 진보의 역사와 완전히 다른 특성을 지닌 역사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과학의 역사는 진보의 특성을 지닌다.



  과학의 역사에서는 뭔가 발명이 되면 그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 발명을 바탕으로 또 다른 발전이 가능해지죠. 에디슨이 만든 작은 전구의 발명이 오늘날 더욱 발전된 형태의 광학적 장치들을 발명할 수 있게 했습니다. 과학의 역사는 이런 식으로 발전합니다. 그러나 예술의 역사에서는 이 개념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역사의 개념이 예술에 적용되면 진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것은 완성, 개선, 향상을 함축하지 않으며, 미지의 땅을 탐험하고 그것을 지도에 그려 넣으려고 시도하는 어떤 여행에 가깝다.



  소설이나 그림, 음악 같은 것들의 역사는 그 음악이 있기 때문에 다음 음악이 순차적으로 나오지 않아요. 그 음악이 있었고, 또 새로운 음악이 나오는 거죠. 수평적입니다. 베토벤이 있어서 브람스가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간 것이 아니잖아요. 베토벤의 땅이 있고, 브람스의 땅이 따로 있죠. 베토벤의 땅 위에 서 있지 않으려고 브람스가 자신만의 땅을 계속 개척해나가는 것이 예술의 역사입니다. 

  예술가들은 이렇게 미지의 땅을 탐험하고 아무도 가지 않은 땅을 가려고 합니다. 친부살해의 욕망이 바로 이것이죠. 다른 소설가가 이미 이뤄놓은 곳에 가기 싫은 겁니다. 예술의 역사는 계속해서 새로운 땅을 찾아가는 시도들로 이루어집니다.


  소설가의 야심은 이전 선배들보다 나아지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지 않았던 것을 보고 그들이 말하지 않았던 것을 말하는 데에 있다.


  세르반테스가 그전까지 소설들의 관습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선배들이 보지 않았던 것을 보고, 말하지 않았던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북극 발견이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무효화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플로베르의 시학은 발자크의 시학을 폄훼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과학의 역사는 USB가 발명되면 플로피디스켓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역사예요. 버려지죠. 반면에 예술의 역사에서는 그 어떤 것도 버려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이것대로 존재하고, 저것은 저것대로 존재해요. 북극이 발견됐다고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 무의미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시대적인 흐름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전구는 꼭 에디슨이 아니었더라도 누군가가 발명했을 것 같아요. 증기기관도 어떻게든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을 거고요. 최초의 발명을 대신할 사람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문학은 달라요.


  만약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지 않았다면 다른 누군가가 발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로렌스 스턴이 '스토리'가 없는 소설을 쓰리라는 미친 생각을 품지 않았다면, 어느 누구도 스턴 대신 그것을 하지 않았을 것이며 소설의 역사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과는 달랐으리라.


  '말 그대로의' 역사, 즉 인류의 역사는 이제는 없는 것들, 직접적으로 우리의 삶에 참여하지 않는 것들의 역사다. 예술의 역사는 가치의 역사이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 항상 현존하는 것, 항상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의 역사다. 말하자면 우리는 몬테베르디와 스트라빈스키를 같은 공연장에서 듣고 있다.


  마차를 생각해보세요. 요즘 누가 마차를 타요. 없어졌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지금 우리는 아직도 몬테베르디라는 16세기의 작곡가도 만나고 스트라빈스키라는 20세기의 작곡가도 만나고 있어요. 이들은 각자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진보의 역사를 잣대로 두고 판단한다면 몬테베르디의 음악은 없어졌어야죠. 과학이 추구하는 것이 '더 나은better'의 세계라면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다른different'의 세계입니다. 남들과 어떻게 다를 것이냐. 과학의 역사와 예술의 역사 사이의 차이도 참 재미있지요? 232-235p



  키치는 앞에서도 언급했는데요, 다시 말하자면 편집입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는 거죠. 로맨티스트는 모두 키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로맨티스트는 어떤 상황이든 낭만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거든요. 지극히 주관적이죠. 241p



 우리를 갈라놓았던 것은 두 가지 미학적 태도의 충돌이었다. 키치를 유난히 참지 못한 사람이 천박함을 유난히 참지 못하는 사람과 부딪혔던 것이다. 244p



  서정은 주관적 감정입니다. 어떤 상황을 한 사람의 시선에서 본 주관적 감정입니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볼 수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안경을 탁 끼워주는 거예요...

  배은망덕한 자는 의리가 없어야 해요. 그런데 배은망덕한 자는 무조건 의리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배은망덕한 자는 의리가 없다고 규정하는 것이 서정이에요. 245p


  젊은 시절은 서정적일 수가 있어요. 한 여자에게 반했을 때, 온전히 그 사랑의 긍정적인 측면만 보이죠. 오십이 되고 나면 그 뒤가 보여요. 그게 보이니까 사랑에 집중을 못해요. 그런데 젊은 시절에는 사랑에만 집중하기 쉽죠. 247p



  출생에서 죽음 사이를 잇는 선 위에 관측소를 세운다면 각각의 관측소에서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열 살에 보는 세상과 스무 살에 보는 세상과 오십이 되어서 보는 세상은 다르다는 거죠.


  그 자리에 멈춰 있는 사람의 태도도 변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그 사람의 나이를 이해하지 않고는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이 말인즉슨 사십대에 한 말인지, 스무 살에 한 말인지를 알아야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거죠. 259-260p



  그는 점차로 그녀를 이상화시켰고, 검증할 수 없는 미덕과 상상의 감정을 그녀에게 부여하곤 했다. 275p


  사랑을 부추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둘을 떼어놓는 거에요. 그 사랑을 막는 겁니다. 그럼 불이 활활 타올라요. 다사의 아버지는 그걸 간과했던 거죠. 그냥 남자와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보내버리고자 한 건데, 그게 운명적인 사랑의 시작이 됐어요. 다사의 아버지가 까불면 쏴버리겠다고 아리사에게 총을 가지고 찾아가서 우리 딸한테 접근하지 말라고 했을 때 아리사가 이렇게 말해요.


쏘십시오. 사랑 때문에 죽는 것보다 더한 영광은 없습니다. 277p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라. 329p


진심으로 느끼질 못한다면, 사람들을 사로잡진 못하리라. 334p




일전에 전난영 선생님과 뮤지컬 수업에 대해 토론아닌 토론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수학 과학과 같은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것도 좋지만 뮤지컬 같은 예술 수업이 줄 수 있는 것들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수학 과학의 지식은 better의 영역이지만 예술의 영역은 different기 때문이다. 수학 과학은 better기 때문에 이전의 것은 소멸되지만 예술은 different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각기 소중한 것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난 이 말을 도대체 어디서 본 것이지? 그날 이후로 한참을 고민했다. 그걸 이야기 했었던 때가 18년 10~11월 경이었는데 오늘에야 그 글귀가 이 책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때의 감격과 전율이란... 거진 3달이 걸렸다.(오늘은 19년 1월 25일이다) 다시는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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